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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카드 빚더미' 누구 책임인가? (2003/01/28 14:12) 읽음 : 519  
 

 그들의 잔치는 끝났다. 2년 전, 2001년 그들의 잔치는 화려했다. 그 러나 그들의 성대한 파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신용카드 장터를 마련해준 정부와 그 무대에서 카드상품을 파는 신용 카드사, 장터에 물건을 사러 온 국민들은 함께 모여 신나는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2002년. 남들이 시기할 만큼 성대했던 잔치의 후유증 은 예상보다 컸다. 남은 건 어깨를 짓누르는 빚과 주위의 따가운 눈 총뿐이었다. 가계부채의 주범이자 경제위기의 공범으로까지 내몰렸다 .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간다지만 그들은 1년이면 충분했다.



정부가 신용카드 활성화란 명분으로 마련해준 장터에서 카드사들은 신명나게 장사를 했다. 삼성 LG 비씨 국민 외환 등 모두 그 해 수천 억 원씩 흑자를 냈다. LG카드가 6500억원, 삼성카드 5800억원, 국민 카드 4545억원, 비씨카드 510억원, 외환카드가 2100억원의 흑자를 각 각 냈다.



정부는 자신들이 마련해준 장터의 자릿세 명목으로 받은 세수 확보로 그들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국민들, 고객들은 구입한 카드상품 으로 신나는 빚잔치를 벌였다. 무대를 연출한 정부와 아주 매혹적 상 품인 카드를 팔고산 배우들 모두 최고의 향연에 흠뻑 빠졌다.



그러나 이런 여흥의 포만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연체'란 파장의 그 림자가 무대 밑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왔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 아니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무시' 했다. 연체의 위험수위를 알리는 경고 사이렌이 한두 차례 울렸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 다.



오히려 여흥이 주는 즐거움에 탐닉했다. 정부는 세수를 거둬들이는 즐거움에 도취했다. 신용카드사는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수입에 빠 졌고 고객들은 상품이 주는 단맛에 흠뻑 취했다.



카드사들은 소득이 없는 회원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격조차 없는 미성 년자들도 여흥 자리에 끌어들여 마구잡이로 카드 발급을 남발했다.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초대한 손님들의 소득수준, 신용도를 확인하지 않고 현금서비스 한도를 무작정 끌어올렸다.



정부 또한 '선진 신용사회 정착'을 위한 목적으로 만든 장터의 공익 성을 잊어버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사기업 못지않은 왕성한 식 욕으로 세수 확보에만 매달렸다. 카드 고객들 역시 이들의 흥겨운 장 단에 춤을 추어댔다.



질펀했던 한마당 잔치 후에 남은 것은 말기 암환자의 암세포만큼이나 부풀어 오른 빚덩이뿐. 작년 말 현재 은행계와 전업계 16개 신용카드 사의 총연체금액은 9조630억원. 개인 신용불량자 수도 260만명을 넘 어섰다. 경고 사이렌이 더 자주 크게 울어댔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 에만 바빴다. 무대를 함께 빛낸 그들이 이제는 서로를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호'의 위기를 가져온 그들의 빚잔치는 누구의 책 임인가.



카드사들은 정당한 영업행위를 했을 뿐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기업이 수익을 좇는 것은 당연한 기업윤리이며 이윤 추구는 자본주의의 꽃이 란 논리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삼성 LG 현대 등 카드3사는 재계 순위 3위 내 재벌기업들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성년이 된 그들은 이제 기업윤리와 사회적 비용에 눈을 돌릴 수 있을 만큼 성숙해져야 한다.



정부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더구나 우리는 불과 5년 전 국제사회의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정부는 정작 무대를 마련해 놓고도 선진적 신용제도의 안전핀을 만드는 데는 소홀했다. 오히려 개인 워크아웃이란 희귀한 제도를 만들어 우리 사회의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고 있다. 좀더 성숙하고 의연한 정부의 역할이 아쉽 다.



신용불량자들 역시 자신들의 신용 안전불감증에 대해 깊은 성찰의 기 회를 가져야 한다. 카드 연체자들의 상당수가 경제행위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질 줄 아는 30대 이상 연령층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금은 신용의 룰을 조성하고 지킬 줄 아는 성숙된 역량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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